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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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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망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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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망대에서 바라본 육사 전경
육사기념관(사진①)은 1969년 5월부터 사용되어오던 교훈인 ‘참되게 자라자, 배워서 이기자, 나라를 빛내자’를 1982년 5월1일 개교기념일을 기해 ‘智·仁·勇’으로 환원하면서 그 건립이 구상되었고(육사신보 제229호, ’83.7.25.), 지명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안을 토대로 1984년 10월에 착공하여 1986년 3월에 준공되었다(육사신보 제265호, ’86.4.25.). 전 육사인의 정신적 지표가 되고, 육사의 전통과 단결을 상징하는 교훈탑의 건립 취지에 따라 전액 졸업생의 성금으로 건립되었다.
육사기념관의 탑신 높이는 육사를 상징화하여 64미터로 설계 및 시공되었다. 탑신표면은 거친 표면의 화강석으로 처리하여 인공미와 자연미가 절묘하게 조화되도록 하였으며, 故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휘호를 확대한 智· 仁· 勇 세 글자를 2.85미터의 동판으로 제작하여 부착하였다. 참고로, 智·仁·勇 교훈은 광복군 출신인 9대 학교장 故 안춘생 장군(故 안중근 장군 조카)에 의해 정립되었다.
탑신 상부의 전망대는 약 80평방미터의 원형으로 계획하였으나, 수차례 설계변경을 통해 약 110평방미터의 15각형으로 시공되었다. 15면을 구성하고 있는 유리벽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복층유리로 만들어졌다. 즉, 두 장의 판유리 사이에 공간을 둔 채로 결합시켜 건조한 공기층을 갖도록 함으로써 고층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망대 안팎의 기온차에 따른 문제점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전망대에서는 화랑정신과 불암산 유격대 이야기를 현장감있게 들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으며(사진②), 육사 전체와 태릉 지역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사진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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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기념관 입구 지주 (좌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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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기념관 입구 지주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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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지하 1층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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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1층 전시실 외벽 졸업생 명단
탑신 하부는 육군의 별을 상징하는 5개의 거대 지주가 탑신 전체를 구조적으로 받들고 있다. 최초에는 5개 지주의 양쪽 총 10개면에 부조를 계획하였으나, 거대 석조부조의 제작이 만만치 않아 기념관 입구의 좌우측 지주의 안쪽 2개 면에만 부조를 조각하였다. 왼쪽 면에는 분열을 비롯한 생도생활을(사진 ④), 오른쪽 면에는 임관 후의 장교생활을 새김으로써(사진 ⑤) 과거, 현재, 미래의 군인상을 통해 사관생도들이 나아가야 할 군인의 길을 나타내었다. 이 부조는 남산미술원 대표 이일영 씨가 1985년 12월부터 1986년 3월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제작한 것이다. 특히 돌판 부착공사는 약 한 달에 걸쳐 40여 명의 석공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5개의 지주가 감싸고 있는 전시실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건립되었다. 지하 1층에는 생도생활 및 교육내용, 모형 화랑관,각국 사관학교 교류품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사진 ⑥), 지상 1층에는 학교의 역사와 현재, 전사자실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지붕은 육사 전체를 조망하면서 각종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데크로 조성되어 있으며, 전시실 외벽에는 전 졸업생의 명단이 동판으로 새겨져 부착되어 있어 전 육사인의 단결심과 긍지를 고취시키고 있다(사진 ⑦).
교훈탑 주변에는 6,318평방미터 면적에 눈주목, 회양목, 왕벚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승화대, 불멸탑, 호국상, 통일상, 오성탑 등과 잘 어우러져 탑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탑 주위에는 정원등을 설치하여 교훈탑의 거대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늑하고도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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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故 김수근(1931 ~ 1986)
故 김수근 건축가는 한국 현대문화예술사의 큰 족적을 남긴 대표적 인물이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남산에 건축할 계획이었던 국회의사당 건축 설계 공모에 내로라하는 교수와 건축가들을 제치고 1등으로 당선되면서 영광, 기대, 질투, 반발을 동시에 받으면서 한국 건축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대표작으로는 경동교회, 올림픽주경기장, 아르코미술관(현 문예진흥원) 등이 있다. 김수근 건축가를 떠올리면 항상 따라오는 단어가 ‘공간’이다. 이는 그가 설계하고 활동했던 사옥 ‘공간’과 창간한 종합예술 월간지 ‘공간’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그가 추구한 건축 개념인 ‘궁극공간(Ultimate Space)’ 때문일 것이다. 궁극공간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주거를 위한 기본적인 공간과 경제활동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공(時空)의 여유가 있는 ‘창작과 명상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비생산적 공간이고, 사색을 위한 공간이며, 평정을 위한공간이다. 그래서 그는 엄마의 뱃속과 같은 가장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본능적 공간을 건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육사기념관의 탑공원 주변 을 거닐면 마음이 참으로 편해진다. 우뚝 솟은 기념관은 육사인의 굳센 의지와 긍지를 강하고 보여주고 있다. 그 기념관 외벽을 돌면서 아로새겨져 있는 졸업생 명단은 모든 육사인을 감싸안고 있음에 부족함이 없다. 김수근 건축가의 건축에 대한 이상은 육사기념관을 통해 전 육사인에게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는 듯하다.
출처: 육사신보 제605호(2019.1.11.)